lroom 2013. 4. 28. 08:06
밤새 계속 아빠 꿈을 꾼 것 같다

아빠가 죽지 않았다면
아빠가 암에 걸리지 않았다면
아빠가 항암치료를 받지 않았다면

내가성급하게 아빠 공장을 정리하지 않았다면

후회가 많았다

왜곡된 시간들도 있었다

아빠가 살아있었는데도 내가 공장을 정리한다든가
아빠는 아픈데도 일을 하고싶었는데. 내가 못하게 공장을 없애버려서 미안했어 그래서 아빠가 할 일이 없어져버렸다

그런데 무서운 아빠는 없었다

두건을 쓰고 웃었다
머리가 대머리가 아니라 아줌마처럼 긴 파마머리였다
조금 창피했지만 아빠가 아프지 않아서 머리카락이 빠지지않고 웃어서 내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

그리고 잠에서 깨려는 즈음
아빠방에서 나던 소리들
띡. 잠이 오지 않아 조명을 켜는 소리
후우.. 담배를 피면서 생각을 하는 소리
조그맣게 달그락 거리는소리
그러다가 내가 방에 들어가면 날 쳐다보던 따뜻한 느낌
아빠와 함께하던. 영원할 것 같았던 시간들. 그 느낌이 꿈속에서 재현됐다. 정말 행복했던 것 같아...

아빠랑 고모랑 또 동생? 그렇게 지하철을 타고 엄청 큰 하지만 가벼운 박스를 들고 어딘가로 갔다
계단을 타고 내려가서 지하철승강장에 갔다 계단 중간에 그 가로로 된 굵은 플라스틱 봉이 또 있길래 이상했지만 그냥 조금 다리를 들어서 뛰어넘어버렷다
지하철에 사람이 많아서 고모는 여기 앉고 아빠는 저쪽에 앉고
아빠옆에 자리가 나서 내가 아빠옆에 앉았다
퉁명스러운 내 모습까지도 그대로야

일본 어딘가인 듯 논과 강이 아기자기하고 대각선 바둑판인 곳.
도로에는 귀여운 트럭들이 줄지어 천천히 달리는 곳

아빠가 귀여운 로봇을 사왔다
머리를 열면 적당한 수납공간이 있는 갈색 파스텔톤의 뚱뚱한 로봇. 높이는 한 1미터
휴지통으로 쓸까 하다가
어디선가 끈덕한 기름이 새서...
아빠가 고물상에서 주워온 거라 그렇다고
하지만 그 느낌도 너무좋았어...

무서운 아빠는 하나도 없었다
아빠가 하늘나라에서 행복한 것 같아서 좋아
그런 뜻인 것만 같아서

이 꿈의 느낌을 잊고싶지가 않다 ㅠ ㅠ
아침에 일어나서 또 찔찔 울었어

대전에라도 갔다올까
꽃다발 살 돈이 아까워
술은 뭐하러
내일 출근하는데...

그리고 그 안전하고
덜 긴장한 기분상태가
불안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편안함
아빠의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