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room 2017. 3. 10. 20:16

안드폰에 리니지 깐다고 롯데리아 가서 1시간 반을 멍때렸다

장롱 세개 중 두개 분해했다. 처음이 어렵지 두번째는 쉽다. 이 장롱을 만든 사람은 아빠의 스승이었던걸까?

장롱뒤로 드러난 뽀얀 벽지가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한다

고민할 시간에 후딱 방걸레질 하면 빠르다. 생각만큼 몸살날 일도 아니다

일하는거 녹음해서 들어봤는데 정떨어진다. 겁먹고 딱딱하다. 어차피 말투는 아무래도 변하지 않는다. 그냥 난 결이 그런 사람이야. 받아들이는 수밖에.

과거는 실수투성이다. 조금 더 알고 능숙해졌지만 딱 그만큼의 순수한 영혼을 잃어버린 것 같다. 질량보존의 법칙.

캣타워도 샀다. 오랫동안 미뤄왔던 일들을 해내니 후련하다. 장롱이랑 식기건조대. 도시가스랑 가스렌지도 철거했지. 뭐든 내맘대로 할 수 있다.

정직하게 쓰봉에 넣어 버리는 이불은 경비아저씨를 만나도 심장이 벌렁거리지 않는다. 누렇게 썩은 이불.

내가 고딩때 했던 수예 액자를 찾았다

순간을 영원히 박제해놓고 싶었는데 뭐든 잃어버리지 않고싶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사람은 변하고 5년 10년이란 시간도 그리 길지 않은 것이었다. 다 버리고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너무 많은 실패를 한걸까.

자연스레 퇴화하고 망각하고. 실패의 기억은 잊어버리고 싶다. 몸서리 쳐지는 부끄러움들. 이제는 영원보다 망각을 믿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