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은 후 바람이 서늘해지면 아버지는 나를 목에 태우고 밖으로 나갔다. 아버지의 무등을 타면 어찌나 높던지 나 자신 풍선처럼 공중에 둥실 떠오르듯 눈 앞이 어지러이 흔들렸다.
곧 동생이 태어날 거다. 아버지는 내 넓적다리를 꽉 쥐며 노래 부르듯 말했다. 엄마 뱃속에 아기가 들었단다.
꼭 잡아, 아버지의 말에 따라 아버지의 머리를 잡으면 손에서는 찐득찐득한 머릿기름이 묻어났다. 아버지는 내게 연약한 넓덕다리, 혹은 발목을 잡던 악력, 막연히 따스하고 부드러운 것보다 커다란 것, 땀으로 젖어있던 등허리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기억 역시 내 상상이 꾸며 난 더 먼 꿈속의 일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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